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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Stories of Music

아버지와 나-신해철,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당신의 어깨를 보았습니다.

by 아리수 크리스틴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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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당신의 어깨를 보았습니다.

아버지, 늘 이 단어는 가슴이 먹먹함을 가져옵니다. 늘 세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가족을 지켜주시던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와 나" (신해철 내레이션, 넥스트)을 들으며, 다시금 아버지를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와 아이 뒷모습.

아버지와 나   - 넥스트     

아주 오래 전....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비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 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https://youtu.be/KcTmbjGXAd8

 


비 오는 오후, 차 한잔을 마시며 신해철의 "아버지와 나"를 들으며 불현듯 가시고기의 생애를 떠올리게 됩니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큰 가시고기.. 그 가시고기의 주검 위로 몰려들어 살을 파먹는 어린 가시고기들.... 그 들은 자신의 아버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겐, 늘 아버지란 존재를 가시고기와 같았습니다. 그 그 억 속에 전 아버지의 살을 파먹으며 사는 어린 가시고기였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존재...
언제나 가까이에 있기에, 당연한 걸로 믿어 왔기에, 대부분의 우리는 아버지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지내는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제가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은 한없이 높고 크게만 보였습니다. 원하는 무엇인가를 다 해줄 것만 같아 보였기에... 그래서 전 아버지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감히 전 겁 없는 자만감으로 "나 자신의 힘으로 나 혼자 컸다"라는 어리석은 생각까지도 했던 적도 있어지요.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주신, 늘 태산 같은 커다란 존재로 언제나 바람막이가 되어주신 아버지... 당신의 얼굴. 그 커다란 존재로 머물 줄 알았는데.... 영원히 그대로 일 줄 알았는데..

지난주 화상 통화로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으로 보며 전 새삼 나이 들어 주름진 아버지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붉어진 눈시울 닦아야만 했었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며, 외국인으로 직장에서 승진으로 해가며, 가족보다 소중한 것을 제 주위에서 찾기 시작했고, 서서히 아버지, 어머니의 존재를 잊으며 지내 왔었던 저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분들께 해 드릴 수 있는 그 소중한 말들을 아껴왔고, 그렇게 그렇게 지내왔던 저를 보며 더없이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를 세상에 보내주신,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주신 그분들"
하나 이제는 너무도 늙어버린, 무너져가는 그분들의 모습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면서도, "사랑합니다."라는 한마디 말조차 아껴왔던 무심한 자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저 혼자 잘났다고 여기며 살아왔었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글귀가 생각납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가장 많이 우는 사람이 가장 불효한 자식이다. 가족이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쉽게 대하기 쉽고 상처주기 쉬운 존재이다.
하지만, 타인과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절교할 일도 가족 간에 있는 일들은 다시 만날 때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가 있다.

 

진정 어리석은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살아계실 때 작은 마음이라도 자주 표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동안 아껴둔 말들을 이제는 하나씩 꺼내어 보아야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정말로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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