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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Book Review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by 아리수 크리스틴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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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 박완서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세계사 200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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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 작가의 산문선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세계사),

1월 22일이 작가가 서거하신 지 올해로 10주년이 되었어도 아직도 박완서 작가를 기억하는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몇 권 안 되는 한국에서 가져온 책들 중 하나가가 박완서 작가님의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입니다. 첫 번째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1977)에서부터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1990)에 이르기까지 모두 7권의 산문집 중에서 추려낸 글들이지요.

 "여기 모인 글들은 내 개인의 흔적인 동시에 내가 작가로서 통과해온 70년대, 80년대, 90년대가 짙게 묻어나 있는 글들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우리가 살아낸 시대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문득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무의미한 현실도 좋은 추억이 있으면 의미가 있는 것이 되고, 나쁜 기억도 무력한 현재를 고양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2000년 이 산문집이 출간되던 당시, 박완서 작가님의 문학 30년을 기념하는 하나의 결실로 기획된 것으로 생활, 고향, 여행, 삶의 깨달음 등의 주제로 씌어진 글들을 4부로 나누어 구성되어있습니다. 

[항아리를 고르는 손]에서 작가는 "여자는 누구나 한두 군데는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깁니다. 아름답지 않은 여자가 있다면 그는 사랑받지 못하거나 사랑할 줄 모르는 여자인 것입니다. 

또한 무슨 장식이라도 되는 양 틈만 나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을 작가는 가소롭게 바라봅니다. 흙의 비밀, 흙의 생산성과 사귀기 위해 수고할 각오 없이 다만 시골로 가서 땅집 짓고 발로 흙을 밟고 싶다는 속 들여다뵈는 허위라는 것입니다. 편리의 중독을 끊지 못하는 한 어디 간들 땅이 발 밑으로부터 멀긴 마찬가지라고 되뇝니다. 그러나 시골 혹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는 자연은 홀로 있는 사람에 비로소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속삭입니다. 홀로 있는 사람, 즉 탐욕과 허위의식을 비워낸 사람에게만 자연은 가슴을 열고 그 내밀한 속삭임을 들려주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이밖에도 [이웃 사랑], [화로를 인 여인], [우리들의 실향(失鄕)], [2박 3일의 남도기행], [살아 있는 날의 소망] 등 작가의 내밀한 체취가 물씬 풍기는 산문들이 실려 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은 따뜻하면서도 녹록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깐깐합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비롯한 자전적 소설이 보여주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산문과 소설 사이에 뚜렷한 경계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잔잔한 기억과 일상의 일화들을 접하게 되곤 하지요.

평범한 일상의 사실에서 따끔한 깨우침이 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집집마다 수도관이 얼어 터진 겨울날.....

골목에 함부로 쌓인 공사 폐기물에 눈 흘기다 보면 사람들 사이 오해가 빚어지는 과정에 눈을 돌리게 되고, 말 배우는 손자에게서 산 ‘입김’이 어떤 교양이나 지식보다 중요함을 깨닫는 글들이 부드러우면서도 깐깐하게 다가옵니다. 그다지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지난 시절의 기억이 그녀의 글 속에 녹아 아련한 감상으로 다가옵니다.

늘 감동을 주는 책들은 세월이 흘러도 다시 주는 감동은 여전합니다. 

서로 몰래 선물을 갖다 놓을 시기를 찾느라 크리스마스이브엔 잠을 설치고 새벽엔 선물 꾸러미를 끄르며 즐거워하는 우리 집만의 독특한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이 결혼해서 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지금은 각기 멀리 가까이 흩어져 살지만 저희끼리나 주변 사람들끼리 정성 어린 선물을 주고받는 걸 즐기는 버릇은 여전하다.
나는 그런 내 아이들이 대견하고도 사랑스럽다. 받는 것보다 주는 걸 즐기고, 주기 전에 뭘 주면 상대방에게 기쁘고 필요한 선물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처지나 마음이 되는 걸 볼 때 더욱 그렇다.                                  

                                   -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중에서 "나의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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